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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기현의 택견이야기 둘] 누가 감히 택견을 비천하다 하는가?!

결련택견협회
2020-06-01 11:46 | 868

얼마 전 필자는 대한십팔기협회 부회장으로 있는 신성대씨의 글을 읽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신성대씨는 태권도와 택견을 어지간히도 싫어하는 모양인지 태권도의 정통성 문제와 택견의 문화적 수준을 부정적인 측면으로만 바라보며 최대한 비하시켜 놓았다.

글의 요지는 태권도와 택견은 자신이 하는 십팔기와 같이 존엄한 무예가 아니고 놀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그의 의견에 이견이 있지만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태권도와 택견을 놀이로 보든 춤으로 보든 어찌할 바는 없다.

그건 다분히 신성대씨 개인의 주관적 의견이므로 택견하는 사람으로서 섭섭한 면이 많지만 그 부분은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이다. 그렇게 백보 양보를 하더라도 필자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신성대씨의 글 중 바로 아래의 내용이다.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이 그 자신의 무예도 없이(모르고) 맨손으로 나라를 지켜온 줄 알고, 수백 가지 민속놀이 중 가장 비천한 것을 골라 2천 년 전부터 전해져 오는 유일한 민족 무예라면서 무예 종목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해 놓고 자랑스러워하고 있으니 우습다 못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신성대의 무예이야기 <14> 태권도와 택견은 무예가 아니다.
2007-10-20 데일리안(www.dailian.co.kr)

아무리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상상은 자기 마음이라고 하더라도 해서 될 말이 있고 안될 말이 있다. 더욱이 신성대씨와 같이 한 무예단체를 이끄는 지도자가 다른 무예단체나 종목을 비하하는 막말을 공개적으로 해서는 절대 안되는 것이다. 도대체 전통문화 중 비천한 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 매춘이나 도둑질과 같이 그 행위자체가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어떤 전통문화도 다 나름대로의 가치와 생명이 있는 것이다.

신성대씨가 저급하다고 언급한 유랑예인 집단인 남사당패도 당시에는 하층계급의 문화였지만 현재에 와서는 그들의 신명과 애환 그리고 재능들이 당시의 시대 상황을 반영해 주면서 높은 예술적 가치를 크게 인정받고 있다. 원래 전통문화란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어찌되었든 시대적 상황과 한 민족의 특성과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이미 고귀하고 소중한 것이라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

신성대씨는 택견을 수백 가지 민속놀이 중 가장 비천한 것이고 우습다 못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비하하고 있는데 본인도 인정했듯이 택견은 발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백기신통비각술(百技神通飛脚術)’이라고 칭송을 했겠는가? 하늘을 나는 듯 화려하고 뛰어난 여러 발기술들로 구성된 택견을 배워서 강도짓을 하거나 남을 괴롭히는 왈패도 있었겠지만 약한 자를 괴롭히는 사람을 응징해 주거나 마을의 명예를 걸고 한 바탕 겨루었던 호연지기도 있었으리라.

신성대씨는 택견을 잘못 이용한 하나의 사례를 언급하며 택견을 비천하다 하는데 택견을 익혀 악한 짓을 하든 좋은 일을 하던 그건 정말 몇몇 개인의 일일뿐, 택견 그 자체는 우리민족의 특성과 철학을 내포하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임이 자명하다. 아마도 신성대씨는 모르겠지만 현재 이 땅의 많은 택견인들이 ‘택견’이라는 몸짓의 습득을 통해 시공(時空)을 초월한 선조들의 슬기와 용기를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배우고 있다.

신성대씨의 글이 아직 많은 무예인들, 특히 태권도나 택견인들에게 읽히지 않았기 때문이지 이것이 자세히 공개되어 퍼진다면 신성대씨는 물론, 대한십팔기협회까지 무예계 공공의 적이 될 수가 있다. 지금은 서로를 이해하며 같이 승리하자는 상생(相生)의 시대다. 신성대씨의 글을 읽었을 때 옛날 같으면 달려가 간판을 띄어내고 한바탕 응징을 가해야 할 일이지만 앞서 말했듯이 상생의 시대에 서로 점잖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래서 필자는 부디 빠른 시일 내에 신성대씨가 사과의 글을 올리고 타 무예인들과도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신성대씨가 자신의 깊은 철학적 논리를 펴서 태권도와 택견을 놀이라고 설득하는 것은 자유지만 남의 것을 비천하다고 하거나 가치가 없다고 폄하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신성대씨가 하는 십팔기가 소중한 것이듯 남이 하는 것도 소중한 것이다. 내 것이 좋고 훌륭하다는 자부심도 중요하지만 남의 것도 옳고 훌륭할 수 있다는 겸손과 아량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선조들이 남겨 주신 소중한 문화유산을 자신의 잣대로 함부로 폄하하지 말고 겸손한 마음과 연구하는 자세로 선조들이 남겨주신 메시지를 잘 이해하고 계승, 발전시키는 법을 배웠으면 한다.

끝으로 택견이 우리문화 유산이기 때문에 소중하기도 하지만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과 뛰어난 기술들로 인해 대단히 훌륭한 전통문화라는 사실을 앞으로 연재될 택견이야기를 통해서 계속해 나가려고 한다.

 

 

본 칼럼은 2009년 무카스에 연재된 <택견꾼 도기현의 택견이야기>입니다.

~2020년 11월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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